(육아, 에세이) 작은 숨결을 바라보며

딸아이가 백일을 갓 넘긴 어느 날이었다.
온종일 집 안을 탐색하고, 까르르 웃었다가,
금세 울음을 터뜨리기를 반복하더니,
결국 지쳐 스르르 잠이 들었다.
나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.
포근한 이불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작은 몸.
세상의 어떤 걱정도, 두려움도 비집고 들어올 틈 없는 얼굴.
고르고 평온한 숨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.
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왔다.
참 좋겠다, 우리 딸은.
엄마랑 아빠가
작은 투정 하나하나 다 받아주고,
눈물 바람엔 어쩔 줄 몰라 달래주고,
배고플 새라 정성껏 먹여주고,
작은 열에도 밤새 곁을 지켜주니.
그래서 이렇게 세상 가장 편안한 얼굴로 잠들 수 있구나.
그 평화로운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,
어느새 내 마음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.
나는 언제 저렇게 편안했을까?
아주 먼 옛날, 나 역시도
저런 얼굴로 잠들었던 순간이 있었을까?
아마 나도 그랬겠지.
어린 나를 위해
누군가는 잠을 아끼지 않고,
숨죽이며 밤을 지새우고,
배가 고플까 분주히 살피고,
아플까 봐 애태우며 따스하게 안아주었겠지.
그리고 아주 조용히, 그러나 선명하게 깨달았다.
그래, 나도 이렇게 소중히 키워진 아이였구나.
그 헤아릴 수 없는 사랑과 수고를,
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으며 지나왔던 거구나.
나는 결코 혼자 어른이 된 것이 아니었다.
수많은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,
그 보이지 않는 사랑 위에 나는 겨우 서 있는 거였다.
그리고 이제, 서툴지만 온 마음을 다해,
내가 받았던 그 따스함을
고스란히 내 딸에게 건네주고 있다.
세상은 그렇게 이어지고 흘러가는 거구나.
결코 혼자서만 크는 사람은 없는 거구나.
다시 한번, 딸아이의 잠든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.
나는 잠시 그 곁에 가만히 서서
평온하게 오르내리는 작은 숨결을 지켜보았다.
어렴풋한 기억 너머에도
나를 지켜주던 고요한 시선이 있었겠지.
그 밤들의 무게와 깊이를,
나는 이제서야 가만히 헤아려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