에세이
(직장생활, 에세이)성숙한 위로
워킹대드의 기록
2025. 4. 28. 23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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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사에 들어가
처음으로 맡은 중요한 일이 있었다.
거래처 사장들을 모아
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여는 것.
장소는
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을 골랐다.
방도 깔끔했고,
설명회가 끝나면 식사하며
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면 되겠다고 생각했다.
—
그런데
막상 설명회가 시작되자
식당엔 손님이 계속 들어왔고
그 소음에 설명회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.
결국,
거래처 사장 한 분이 말했다.
“그냥 밥이나 먹자.”
그 한마디로
설명회는 그대로 끝나버렸다.
—
자책감이 밀려왔다.
꼼꼼하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미웠고,
상황을 수습하지 못한 무력감에
속이 미어졌다.
그날,
혼자 화장실로 가
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다스렸다.
—
그 자리에
회사 마케팅 팀장님도 함께 계셨다.
철저하고 냉정하다는 말이 많은 분이었다.
그래서
당연히 크게 혼날 줄 알았다.
—
그런데
그분은 내 얼굴을 잠깐 보더니
이렇게 말했다.
“제대로 못 먹었지? 밥이나 먹으러 가자.”
그게 전부였다.
—
우리는 조용히 자리를 옮겼고
설명회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일식집에서
그분은 아무 말 없이
술잔을 따라주셨다.
오고가는 말은 없었지만
그 술 한 잔이
내겐 참 따뜻한 위로였다.
—
그날 이후로
나는 가끔 생각한다.
언젠가 나도
누군가에게
그렇게 조용하게,
그래서 오래 남는 위로를
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