에세이
(육아, 에세이)아빠 손은 약손
워킹대드의 기록
2025. 4. 27. 07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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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아빠 손은 약손—”
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,
아기가 또 한 번 몸을 뒤튼다.
배앓이가 심하던 그 시절.
배 마사지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
나는 매일 밤, 딸의 작은 배를 조심스레 문질렀다.
서툰 손길이지만,
괜찮아지기를 바라며
눈을 꼭 감고 있는 아이에게
작은 노래처럼 말을 건넨다.
“아빠 손은 약손…”
그 순간,
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.
어릴 때,
배가 아프다고 하면
엄마는 늘 내 배를 조용히 만져주며
노래처럼 그 말을 반복했다.
“엄마 손은 약손, 아프지 않게 해줄게…”
그 손길은
고통을 덮어주는 따뜻한 이불 같았고,
그 말은
마음을 감싸주는 부드러운 숨결 같았다.
그때는 몰랐다.
그저 따뜻하기만 했던 손끝에
얼마나 깊은 마음이 실려 있었는지.
나의 작은 세상이,
얼마나 조용하고 든든한 보살핌 속에 있었는지.
세월이 흘러,
내가 아빠가 된 이 밤.
서툰 손길로 딸아이의 배를 어루만지며
나는 비로소 깨닫는다.
그 기억 속 따뜻했던 손길이
엄마에게서 나에게,
그리고 이제 다시
나의 딸에게로
소중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.
사랑이란 건,
아마 그렇게 전해지는 거 아닐까.
따뜻한 말과,
작은 배를 어루만지는 손길로.